스포츠 클럽의 연고지 이전, 팬의 정체성은 어디로?
CHOLA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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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16:32
스포츠 클럽은 도시의 정체성과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문화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그 상징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면 어떨까요? 연고지 이전이라는 민감한 이슈는 구단의 생존 전략이자 팬과 지역사회에겐 커다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오늘은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복잡한 문제의 실체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1. 연고지 이전의 배경과 동기
스포츠 클럽이 연고지를 이전하게 되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구단의 재정 악화, 기존 연고지의 경기장 노후화, 시설 문제, 관중 수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곤 하죠.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더 나은 스폰서십 환경을 기대하면서 대도시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램스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하며 거대한 스타디움 건립을 추진했는데요. 이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수익만을 기준으로 보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역 팬들과의 오랜 관계와 정체성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연고지 이전은 철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2. 팬과 지역사회의 반발
연고지 이전이 발표되면 가장 먼저 반발하는 이들은 단연 오랜 시간 구단을 응원해온 지역 팬들입니다. 단순히 경기장 위치가 바뀌는 게 아니라 정서적 고향을 잃는다는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윔블던 FC 사례가 대표적인 예죠. 이 팀이 밀턴 케인스로 연고지를 이전하자 기존 팬들은 즉시 AFC 윔블던이라는 새로운 클럽을 창단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내고자 했습니다. 이는 팬들의 클럽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지역사회 역시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서 문화와 정체성의 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축구 클럽은 단순한 스포츠 조직이 아니라 지역의 상징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고지 이전은 늘 ‘이해당사자와의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이슈입니다.
3. 국내 사례: KCC 이지스의 이전
국내에서도 연고지 이전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입니다. 전주 KCC 이지스 농구단이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는데요. 이에 대해 전주시와 지역 팬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특히 KCC 측이 전주시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KCC는 체육관 신축이 지연되고 구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전주시는 충분히 협의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소통의 부족’이었습니다. 연고지 이전은 단순히 기업이 본사를 옮기는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과 팬들의 감정이 얽힌 사안입니다. 팬들의 정서, 도시 브랜드 가치, 지역경제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4. 연고지 이전의 성공과 실패 사례
연고지 이전이 항상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철저한 계획과 팬들과의 소통이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터전에서 성공적인 재도약을 하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일본의 감바 오사카는 기존의 만박 경기장에서 수이타 시립 경기장으로 옮긴 후에도 팬들의 지지를 유지하며 팀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반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오클랜드 레이더스는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한 뒤 일부 팬 기반이 붕괴되었고 경기력 부진과 함께 수익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결국 성공 여부는 단순히 시설의 현대화 여부가 아니라 팬과의 관계를 얼마나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와 지역성과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구단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5. 구단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
구단의 정체성은 단순히 유니폼이나 로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연고지, 팬 문화, 역사, 그리고 지역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죠. 연고지를 이전하면 이러한 정체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따라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비센테 칼데론 스타디움에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로 이전하면서 팬들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팬 서비스와 기억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팬 좌석 일부를 예전 스타디움에서 가져오기도 했고 역사적인 경기 장면들을 벽화로 재현해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했죠. 이처럼 구단이 새 연고지에서도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팬과의 감정적 유대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에서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스포츠 클럽의 연고지 이전은 단순한 행정 절차나 재정 논리가 아닌 사람들의 정서와 기억이 오랜 시간 쌓아온 관계를 다시 묻는 일입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갈등이 피어날 수밖에 없는 이 주제 속에서 진정 중요한 건 결국 ‘팬’과 ‘지역’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는 구단의 태도일 것입니다.
